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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마주하다

운동화를 깨끗하게, 그러나 운동화는 신고 다녀야만 하지.


 오늘 지저분한 운동화를 모두 세탁했습니다.


 먼저 운동화의 끈을 모두 푼 다음에 깔창을 빼고, 미지근한 물을 대야에 받아 놓고 세제를 조금 풀어서 담갔습니다. 그리고 솔로 때를 닦고 행구어 내고 세탁기에 넣어서 잔물기를 빼냈습니다. 하지만 운동화에 심하게 물이 든 것들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물이 든 것을 지우려고 안간힘을 썼었지만 결국 지우는 것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후가 되어 신발이 다 말랐을 때 깔창을 끼고 신발 끈을 다시 끼웠습니다. 그런데 신발 끈을 끼울 때 실수를 하는 바람에 뺐다가 다시 끼고 뺐다가 다시 끼고를 반복했습니다. 신발 끈을 끼우다보면 가운데 부분에 신발등에 끼워야 하는 부분이 틀렸다거나 신발 끈에 달린 장식물이 거꾸로 되어 있다거나 하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신발이라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걸을 때 내 몸이 땅과 접촉하는 최전방의 지지대입니다. 당연히 더러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우지 못했던 때도 결국은 내가 걸어다녔기에 내가 한 행동이 있기에 남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때가 조금 있어도 걷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지요. 그리고 끈 또한 겉으로 보이기에 신경을 쓴 것이지, 꼭 그렇게 매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간 잘못 끼워도 걷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지요.

 그런데 왜 나는 때와 신발 끈에 그렇게 신경을 썼을까요? 그것은 제가 신발에 걷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것도 많이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의식하는 것이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용의를 단정하고 청결하게 하는 것은 주위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듭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면 안 되겠다고 말이죠.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너무 의식한 나머지 신발에 제 기능은 잊은 채 겉모습만 따지면 안 되겠다고 말이죠.

 우리 삶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정말 다양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본질적인 부분을 놓쳐서는 결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발에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하루였습니다^^;